좋은 유머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상대에게 호감을 주며 집중력을 높여준다.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남이 하면 재밌는데 내가 하면 썰렁한 경우가 있다.
이러다 보면 자신감이 점점 위축되고, 결국 유머는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재미없는 사람으로 남게 된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이런 고민에 싸여서 1, 2학년 동안 소심하게 지냈다.
그러나 군대에 가서 각성했고, 제대 후에는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팀 송년회 사회까지 볼 정도로 언변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유머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군대에 가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답답할 따름이다.
말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건 모든 말하기의 기본이다.
자신감 없는 발성은 상대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한 번 상상해 보자.
작은 목소리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말을 더듬는 사람의 말에는, "뭐라고?"라고 되묻게 된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소심하게 말 하는 것 봤나?
말의 의도가 잘 전달되어야 한다
유머는 설명을 하는 순간 유머가 아니다.
했던 말을 다시 설명하면 상대는 "아아..."하고 넘겨 버리게 된다.
상대가 한 번에 이해해야한다.
되물으면 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말이 분명히 잘 전달되어야 한다.
말이 잘 전달되려면 이야기의 흐름과 의도가 명확해야 하고, 상대가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 해야 한다.
평소에 정확한 발음과 리듬 있는 속도로 말을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TV와 유튜브를 보면서 웃지만 말고 따라하고 연습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설명이 필요하면 유머가 아니다.
말 하는 환경이 준비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이 시끄러운데도 혼자 떠드는 사람이 있다.
뭔 소린지 들리지도 않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유머와 재치는 내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다.
그래야 주의가 집중되고 상대도 한 번에 알아 듣는다.
이런 환경이 아니면 말을 아끼고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다.
괜히 강행 하면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만 남기게 된다.
말하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조용한 장소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나한테 주목 시키고 말해야 한다.
유재석이 진행을 잘 하는 이유는 게스트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게스트가 말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먼 산 바라보고 있는데 말해봐야 "뭐라고?" 소리만 듣게 된다.
아무리 멋진 유머도 다시 설명을 하면 재미가 반감되거나 없던 것이 된다.
먼저 유쾌한 사람이 되자
유머는 자연스럽게 나와야지 "아, 저 사람이 웃기려고 하는구나"라고 느껴지면 덜 재미있게 된다.
억지 유머는 실패 할 경우 뻘쭘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끔찍할 수도 있다.
이게 반복되면 중첩된 심리적 내상으로 인해 결국 포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유쾌함은 내가 즐거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므로 어떤 의도로 보이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다.
즉 상대방을 유머로부터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 유쾌함이다.
이 사람은 기분 좋고 유쾌한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
자신감은 유쾌함으로 표현되고, 유쾌함은 유머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얼굴은 죽상을 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면 재치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연습하면서 내공을 키우는 것이 좋다.
유쾌함은 유머보다 쉽다.
인사, 칭찬, 기분 좋은 표현, 밝은 리액션 등이 그 예다.
매일 아침 로보트처럼 "안녕하세요"라고만 인사 한다면, 조금만 변화를 줘도 유쾌한 분위기가 된다.
가끔 "봉쥬르~", "굿모닝~", "구텐탁~" 처럼 외국어를 써도 분위기가 바뀐다.
윗사람이나 상사에게는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기체후일향만강하신지요~"
같은 옛말을 하는 것도 재밌다.
상대가 웃으면서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러면,
"아 제가 지난 밤에 경복궁에서 놀던 꿈을 꿔서요." 하고 너스레를 떨면 된다.
사실 사회생활하면서 이 정도의 재치만 보여 줘도 유쾌하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오바하지 마라
재미없는 사람으로 한 번 낙인 찍히면 다시 회복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처음부터 모험을 감행하지 말라는 말이다.
욕심을 줄이고 가볍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별 재미도 없는 말을 하고 자신이 더 크게 웃어서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웃는 크기만큼 상대에게 리액션을 해 달라는 무언의 호소를 하는 것인데, 함께 있으면 표정관리를 하기가 참 어려운 스타일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참신하고 재밌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상대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또는 나는 재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감을 익히면서 잘 판단해야 한다.
분위기를 한 번 업 시키려고 오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분위기와 상황을 잘 파악한다.
적당한 유쾌함으로 넘어가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재미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보다 백 번 낫다.
한 번 해 보고 싶은 유머는, 안전하게 가족한테 먼저 실험 해 보거나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 해 보고 판단해도 된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지 않아야 한다
유머가 통하려면 일단 상대가 나를 싫어하지는 않아야 한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꼴도 보기 싫은 상대가 재치있는 표현을 했다고 웃어 주고 싶나?
미운 상대는 무슨 얘기를 해도 미운 법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하지 않을 지언정, 적은 만들지 말고 평소에 밝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그 밝은 분위기가 선순환이 되어서 나중에는 무슨 얘기를 해도 재밌는 사람이 된다.
앞에서 오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반대로 한 번 재밌는 사람으로 인식되면 나중에는 유머를 시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더욱 집중해서 들어주고 리액션 해 주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해라
재밌는 말이나 에피소드를 메모하고 어떻게 썰을 풀면 되는지 연습하고 준비해라.
나는 평소에도 유튜브나 인터넷 댓글들을 보다가 정말 기막히게 재치있는 멘트를 보면 메모를 해 두고 써먹는다.
자신의 에피소드도 어떻게 편집하고 버무려서 기승전결을 풀어내는가에 따라 재미가 다르다.
말을 하기 전에 속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게 좋다.
소위 말빨과 유머감각이 남달라서 툭툭 튀어 나오는 사람은 흔치 않다.
있더라도 이런 사람들도 뒤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게 쌓여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주의 할 게 있는데, 욕이나 음담패설은 절대 금물이다.
재미도 없고 수준 떨어지는 사람으로 각인된다.
상대와 할 말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면 그냥 편안하게 나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게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유머는 말을 재치있게 맞받아치는 형태가 있고, 편안하게 일상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형태가 있다.
서로 별로 할 말이 없고, 누군가 떠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면 후자의 방법을 쓰자.
나는 최근에 운동 동호회에 나가서 쉬면서 앉아 있었는데 주변에서 별로 말이 없어서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내는지 참고하자.
핵심은 간결하게 상황을 이미지로 그려 내는 것이다.
"
아, 오늘 아침에 운동 나가려고 차에 올랐는데 말이야,
아니 차 안에서 향수 냄새가 나는거야.
여자 향수더라고.
뒷 자리를 보니까 여자 가방이 놓여 있는거야. 참나.
내가 차 문 안 잠그고 다니잖아.
어차피 싸구려 차라, 차를 훔쳐 가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잖아.
딱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아파트동에 내 차랑 똑같은 차가 있는데.
이 여자가 자기 차인줄 알고 가방을 두고 간거지.
어이가 없어서.
아무튼 운동은 가야 하니까 나중에 찾아주자 생각하고 시동을 걸었어.
아니 근데 시동이 안 걸리는 거야.
아니 바빠 죽겠는데 왜 시동이 안 걸려?
그러고 주변을 둘러 보다가 깨달았지.
그 여자 차였던 거지.
"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려주면서 이야기를 따라오게 하고 나중에 반전이 들어가면서 웃음벨을 울리는 구조다.
에피소드가 발생하면 어떤 순서로 어떻게 전달할지 대충 와꾸를 잡아 놓는 연습을 하자.
말이 감칠맛 나게 전달되도록 연결어휘를 쓰는 것도 주목하자.
아, 아니, 참나, 딱, 어이가 없어서... 이런 말들이다.
블랙유머(X), 화이트유머(O)
그리고 블랙유머 보다는 화이트유머를 해야 한다.
블랙유머는 남을 까서 킥킥 대고 웃는 것인데, 그 때는 즐거울 지 몰라도 집에가는 동안 대상이 되었던 사람은 기분이 드러워 지게 된다.
화이트유머는 남을 과장해서 칭찬하는 유머다.
차라리 이게 낫다.
뚱뚱한 여자 김과장이 있다고 치자.
바람부는 날에 점심 먹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블랙 유머는
"아유, 바람 부는데 김과장님 붙잡고 있으니까 든든하네요."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김과장이 마음이 넉넉하고 친할 경우에만 해당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미운 말이된다.
"김과장님 우리 바람에 날아가기 전에 얼릉 들어가요."
"나 태풍에도 안 날라가"
"아유, 김과장님 날라가요. 회사일때매 너무 연약해졌어요 ㅜㅜ. 회사에 제가 대신 산재 신고할 거예요."
이건 화이트 유머다. 차라리 이게 낫다는 거다.
블랙 유머는 사실을 사실대로 까는 거고,
(너는 못생겼잖아, 너는 가난하잖아, 너는 뚱뚱하잖아)
화이트 유머는 밝은 면으로 포장해서 과장하는 것이다.
(너는 정우성이 울고 가잖아, 너는 만수르가 형님 형님 하잖아, 너는 가냘프잖아.)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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